날마다 새로운 그림



완벽한 휴일(=시체놀이 하는 휴일)에 로맨스 소설 하나 건졌네 오로지흘러가는잡담

이것도 출판된 지 오래된 소설이다. 앞서 말했지만 오래된 것 밖에 안 읽는다...
시작 부분은 이전에 읽던 후루룩 읽으면 되었던 짧은 로맨스 소설과 달리 진도가 안 나가서 좀 힘들었다. 시대물은 원체 영어가 힘들기도 한데, 이 작가는 찾아봐야 하는 단어가 특히 많더라. 그래도 글이 명확하고 인물들 감정선도 직선형이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거기다 흥분(?)되는 그런 장면 안 나오는 것조차 마음에 들더라.
얘기는 아주 간단하다. 가진 게 딸 둘밖에 없는 교구 목사의 과부하고 전쟁 나간 동안 바람난 아내하고 떠들석하게 이혼 소송을 해서 이혼한 남자(그런데 후작이고 돈 많다. 영지도 징하게 넓어, 그래서 바빠서 나중에 그 사단이야. 큰 이유는 계약 탓이긴 하지만.)하고 그 딸 둘을 시숙에게 안 빼앗기려고 편의상 결혼을 해서 어려움이 있지만 나중엔 잘 살았다는 얘기다.
줄기 자체는 뻔한 건데 둘이 만나게 되어서 그 딸들이랑 관계를 쌓아가는 게 굉장히 잘 서술되어 있다. 딸들이 하는 행동이 처음부터 참 귀엽다. 떨어져있는 기간에 편지 주고 받는 장면들도 깨알차다. 그리고 주인공 둘 다 성격이 솔직하고 잘 웃고 잘 울고 그러는데 머릿 속으로 혼자 중얼중얼하는 생각들이 서술되어 있는 것도 참 단순한 서술방식인데도 재미있다.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은 건 무엇보다 딸 둘 포함해서 인물들 성격이 내 마음에 들어서인 것 같다. 남자 주인공은 특히 처음부터 이 가족에게 정신없이 빠져드는데 굉장히 점잖게 행동하지만 내가 마흔이 코 앞인데하며 속으로 한탄도 하고 속으론 감동해서 눈물 찔끔거리고 있고 나중엔 엉엉 우는 장면도 두 번 나온다.
마지막 오해도 참 쉽게 풀리고 사랑한다는 고백도 참 담백하게 하는데 둘 다 성격이 솔직한 편이라 그게 딱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을 대할 때만 소심한 성격, 뭐 원래 그렇지 머.) 둘이 급하게 결혼하러 스코틀랜드 그레트너 그린으로 눈바람을 뚫고 가는데 완전 고생하는 것도 잘 나오고, 여러 장면을 보면 시대물 배경만 차용한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제대로 그냥 시대물 소설 한 편 읽은 느낌이다. 무엇보다 글을 제대로 쓴다. 그냥 사건만 나열해서 이어놓은 게 아니라 이것은 참으로 소설이더라.

책 제목과 작가는 아래와 같다.
"Mrs. Drew Plays Her Hand" by Carla Kelly
아마 이미 오래 전에 번역되어서 나와 있을 것이다.
중고 사면 얼마 안 할 거 같은데 워낙 이전에 본 번역서의 충격이 커서 사서 볼지 안 볼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