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새로운 그림



수목 드라마들이 와르르~ 종영하는 날...ㅠㅠ 오로지흘러가는잡담

옥탑방 왕세자
전 주에 무성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했는데...어제 수요일에 연기자들 덕분에 만회. (사실 지금 하는 수목 드라마들 꼬집으려면 꼬집을 데 많지만 연기자들이 조연까지 뭐랄 데 없이 연기를 다 잘 해주고 있다. 몰입도는 대부분 여기서 나오는 듯.)

티비 드라마든 영화든, 난 약간 거리감을 두고 보는 걸 선호하는데, 어제 박하와 이각이 헤어지는 장면에선 (계속되어 왔던 오글거림에 더하여) 이 장면 자체는 그냥 평범한 오글거리는 판타지인데도 불구하고 눈물이 막 나오더라. 한 명, 두 명 사라지고 나서 주인공 둘다 헤어질 것을 준비한 상태에서 결혼식하고 바로 사라지고...이런 점증적인 전개에 휘말려버렸다. 두 배우 모두 슬픔과 긴장감이 고조되어 가는 연기를 정말 잘 하더라!

아예 옥탑방 왕세자처럼 타임슬립이라는 완벽한 뻥카형 드라마를 애초에 선택하는 편인데 이게 기존의 뻥카형 드라마처럼 해피 엔딩으로 끝날지 어떨지 모르겠네.. 이 드라마 초반에 생각했던 것처럼 귀엽고 행복하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타임슬립이라는 대박 판타지를 사용했지만 각자 자기 자리에서 인생을 사는 걸로 끝나지 않을까? 살인사건 전의 조선으로 돌아가서 박하를 살리는 건 안 일어날 거 같아.. 진상을 밝히는 정도..? 박하는 용태용하고 결국 만나게 되고, 이각은 세자로서 살고...

조선에서 용태무를 만날 거 같긴 해. "..살리고 싶질 않은 거야. ..내 마음 속에서 태용이가 죽길 바랐구나."라는 대사를 하는 용태무 보니까 조선에서도 태무가 이각의 가까운 사람으로 나타날 거 같은 느낌이.. 이각이 캐릭터가 착하고 지적이고 대범한 왕세자다운 캐릭터라서 말이지, 현재에선 용태용이 이겼으니 조선에선 용태무가 이기도록 내버려둘 지도 모르겠어...

박하가 이각에게 준 목걸이, 그거 드라마 마치면서 현실의 박하 앞에 어디선가 툭 튀어나올 것 같다. 아무리 냉정하게 끝나도 시청자한테 조금은 달콤씁쓸한 거 던져줘야 하니까..

기대한 것보다 중반 이후에 좀 엉성해지긴 했는데 초반의 휘몰아치는 코미디 때문이라도 이 드라마는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더 킹 투 하츠
기사마다 '시경이는 죽지 않았다, 작전이다, 반전이라는 게 시경이가 돌아오는 거다'라고 울부짖고들 있던데...ㅋㅋㅋ 난 옛날 댓글에 은시경은 분명히 죽는다고 했는데 역시 그냥 흘러가는 하나의 댓글이었을 뿐... 댓글들 보면 다들 믿고 싶지 않아했고 여전히 믿고 싶지 않아하는 와중에 조정석이 방송 전에 해두었던 인터뷰 기사에서 '나 죽었어요.'라고...ㅋㅋㅋ

근데 분명히 죽었고, 죽을 게 너무나 분명한 캐릭터였어.. 옥탑방 왕세자의 모티브가 된 역사적 사실을 캐낸다거나 앞으로의 전개를 예상한다거나 하는 블로그 포스팅이 흥미로운 것들이 있던데, 나같은 경우엔 드라마에 흠뻑 빠지는 그런 것보다, 그냥 '작가라면 어떻게 할까'의 입장에서 보는 걸 선호하는데 얘는 죽을 수밖에 없었엉.. 왜냐하면 1) 캐릭터 자체가 이재하와 대비되는 완벽하게 올곧은 형으로 완성된 캐릭터다. 2) 아버지가 왕창 죄를 지었다. (완벽주의 엘리트의 몰락을 보여줄까 기대했더니 막판에 살리네, 역시 드라마야.) 연좌제는 인간이 하는 짓이라서 금지이지만, 삶이, 운명이 가하는 벌은 있어야겠지.. 그러니 내가 작가라면 100% 아들을 죽일 거라고 생각한 거..
요새 드라마 작가들, 그들이 내놓는 드라마들이 대체적으로 참 많이 냉정해졌다. 현실적이고 현실을 보는 시각도 많이 냉정하고, 희망은 꼭 남겨주는데 거기까지 가는 데 치르는 희생은 아끼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조정석이라는 배우 알게 되어서 정말 좋다. 난 은시경같은 캐릭터 안 좋아하는데 배우가 진짜 잘 살린 듯. '이미 창피하거든요!'라면서 아버지 앞에서 우는 신에서 어찌나 귀엽던지..울고 있는데 귀여워...더 울리고 싶...;; 이렇게 딱딱한 캐릭터 호감을 가져도 그냥 존경스럽네~ 정도의 호감밖에 못 얻을 수 있는데 얘는 곳곳에서 매우 귀여워..ㅋㅋㅋ

이 드라마 너무 아쉬운 게, 처음에 기사 뜨는 것들 보고 그냥 로코물이라고 생각했던 거다. 드라마를 많이 챙겨보는 건 아닌데 이런 성격의 드라마인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봤을 거다. 물론 몰아서 보는 게 더 재미있긴 하다만. (재처리는 하이킥하고 있을 듯.) 시작 전의 홍보 기사 보고 나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시청자 타게팅을 애초에 잘했으면 시청률 더 나왔을 거 같아..

영리하게 하려고 한 것 같긴 한데 삽입 광고의 영향이 눈에 뜨이긴 하더라. 어제 방송 보면 이재하는 매장에서 옷 고르고 김항아는 은행에서 봉사활동 중에 통화하면서 둘이 짬 내어 가로수길에서 만나기로 해놓고 갑자기 장소가 왕궁으로 바껴. (난 이 드라마에서 자꾸 신궁, 신궁하고 칭하는 게 맘에 안 들더라.) 옷 갈아입으러 왕궁까지 갔나? 만나기로 했던 시간 고려할 때 이 장소 전환이 말이 되나? 도너츠랑 커피 말고도 이런 저런 장면들이 좀 거슬리긴 해. 눈에 아주 거슬릴 정도는 아니지만 말야.

등장 배우들 수도 제일 많고, 화면 전환도 많고, 여러 가지로 영화처럼 잘 만드려고 애쓰고 돈 쓴 표가 많이 나는 드라마더라. 무엇보다 모두들 진짜 연기를 잘 해. 알차게 화면 돌려가면서 하나하나 잡는 주변 인물들의 짧은 신에서도 다들 연기를 충실하게 잘 하고 있더라. 스쳐지나가는 엑스트라까지도 연기를 잘 해서 모서리 귀퉁이까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거기다, 엠비씨 드라마의 화면 때깔은 여전히 다른 방송사에서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듯. 이건 뭐..배우들이 다른 데서보다 다섯 배는 이뻐 보여.